복리와 72의 법칙
돈이 돈을 버는 원리와 암산법
장기 투자에서 가장 강력한 힘은 의외로 단순합니다. 바로 복리(compound interest), 즉 번 돈이 다시 돈을 버는 구조입니다. 같은 수익률이라도 이 구조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시간이 흐를수록 결과가 크게 벌어지는데, 그 차이가 실제로 얼마나 되는지는 단리와 나란히 놓고 보면 한눈에 드러납니다.
단리 vs 복리
단리(simple interest)는 처음 원금에만 이자가 붙습니다. 100만 원을 연 10% 단리로 두면 매년 꼬박 10만 원씩 더해져, 10년 뒤에는 100 + (10 × 10) = 200만 원이 됩니다. 이자가 항상 원금에만 비례하므로 늘어나는 속도가 일정한 ‘직선’입니다.
복리(compound interest)는 이자에 다시 이자가 붙습니다. 같은 100만 원을 연 10% 복리로 두면 1년 뒤 110만 원, 2년 뒤에는 110만 원의 10%인 11만 원이 붙어 121만 원이 됩니다. 늘어난 금액 자체가 다음 해의 이자 계산 밑천이 되므로, 시간이 갈수록 곡선이 점점 가팔라집니다. 10년이면 약 259만 원으로, 단리(200만 원)와 60만 원 가까이 벌어집니다.
복리의 눈덩이 효과
복리의 진짜 위력은 후반부에 나타납니다. 작은 눈덩이를 굴릴 때 처음 몇 바퀴는 표가 안 나지만, 커질수록 한 바퀴에 붙는 눈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과 같습니다. 연 10% 복리로 원금이 2배가 되는 데 약 7년이 걸리는데, 4배가 되는 데는 추가로 7년이 아니라 다시 약 7년, 즉 14년이면 됩니다. 8배는 21년입니다. 같은 7년이라도 100만 원이 200만 원으로 느는 구간과 1,000만 원이 2,000만 원으로 느는 구간은 절대 금액의 차이가 엄청납니다.
그래서 복리는 수익률만큼이나 ‘시간’이 변수입니다. 같은 수익률이라면 1년 더 일찍 시작한 돈이 마지막 해에 가장 큰 덩어리로 불어납니다.
72의 법칙
그렇다면 내 돈이 2배가 되기까지 몇 년이 걸릴까요? 이를 정확히 계산하려면 로그가 필요하지만,72의 법칙이라는 간단한 어림셈으로 충분히 가깝게 맞출 수 있습니다.
- 2배 되는 햇수 ≈ 72 ÷ 연수익률(%)
- 연 8% → 72 ÷ 8 = 약 9년
- 연 6% → 72 ÷ 6 = 약 12년
- 연 12% → 72 ÷ 12 = 약 6년
왜 하필 72일까요? 복리로 2배가 되는 정확한 조건은 (1 + r)n = 2이고, 양변에 로그를 취하면 n = ln 2 ÷ ln(1 + r)이 됩니다. ln 2는 약 0.693이고, 수익률이 그리 크지 않을 때 ln(1 + r)은 대략 r과 비슷합니다. 그래서 n ≈ 0.693 ÷ r이 되는데, 퍼센트 단위로 바꾸면 n ≈ 69.3 ÷ 수익률(%)입니다. 다만 69.3은 암산하기 불편하고, 약수가 많은72가 6·8·9·12 같은 흔한 수익률로 나누기 편해 관행적으로 쓰입니다. 연 6–10% 구간에서는 오차가 1년 안팎으로 작아 실용적입니다.
적립식과 복리의 결합
72의 법칙은 ‘목돈 하나’가 불어나는 속도를 보여줍니다. 하지만 실제 투자는 매달 새 돈을 더 넣는 적립식(DCA)인 경우가 많습니다. 적립식에서는 먼저 넣은 돈일수록 복리가 작동할 시간이 길어 가장 크게 자라고, 방금 넣은 이번 달 돈은 아직 거의 그대로입니다. 즉 같은 계좌 안에서 돈마다 ‘나이’가 다르고, 오래된 돈이 전체 성장을 끌어올립니다.
이 때문에 적립식의 평가액은 단순히 ‘납입 원금 × 어떤 배수’로 딱 떨어지지 않습니다. 매달 매수 시점의 가격과 환율, 그 이후의 등락이 모두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. 적립식에서 복리가 실제로 얼마나 일을 하는지는, 종목과 월 적립액을 넣어 과거 데이터로 돌려 주는계산기로 직접 돌려 보면 감이 잡힙니다.
장기 투자에서의 의미
복리와 72의 법칙이 주는 교훈은 두 가지입니다. 첫째, 일찍 시작할수록 유리합니다. 마지막 한 번의 2배(예: 5억 → 10억)가 그 앞의 모든 2배를 합친 것만큼 큰 금액을 만들기 때문입니다. 둘째, 수익률을 조금 높이는 것의 효과가 생각보다 큽니다.연 6%에서 9%로 올리면 2배 기간이 12년에서 8년으로 줄어, 같은 기간 동안 돈이 두 배 더 많이 ‘2배 사이클’을 돕니다. 다만 높은 기대수익률은 거의 항상 더 큰 변동성을 동반한다는 점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.
한계 — 현실은 직선이 아니다
72의 법칙은 매년 똑같은 수익률이 꾸준히 붙는다고 가정합니다. 하지만 현실의 주식·ETF 수익률은 해마다 들쭉날쭉하고 마이너스 해도 있습니다. 마이너스가 끼면 복리는 반대로도 작동해, 한 번의 큰 하락을 회복하는 데 더 큰 상승이 필요합니다. 예를 들어 50% 하락한 자산이 원금으로 돌아오려면 +50%가 아니라 +100%가 필요합니다. 특히 레버리지 ETF는 이런 변동성 손실(decay)이 누적되기 쉬우니레버리지 ETF의 위험도 함께 읽어 보세요.
- 변동성 — 평균 수익률이 같아도 등락이 크면 실제 누적 결과는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.
- 세금 — 매도 차익이나 배당에 세금이 붙으면 재투자에 쓸 원금이 줄어 복리 효과가 깎입니다.
- 물가(인플레이션) — 명목 수익률이 연 8%라도 물가가 연 3% 오르면, 구매력 기준 실질 수익률은 약 5%에 가깝습니다.
그래서 72의 법칙은 정밀한 예측이 아니라 감을 잡는 도구로 쓰는 것이 맞습니다. 현실의 수익률은 해마다 들쭉날쭉하고, 과거에 그랬다고 해서 앞으로도 같은 속도로 불어난다는 보장은 없으니까요.
본 내용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이며 투자 권유나 자문이 아닙니다.